5월이 되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특히 올해는 더더욱 그랬다. 날이 따뜻해지자마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결국 가족 모두의 만장일치로 ‘보성 다향대축제’에 다녀왔다. 6살 딸아이랑 함께라 살짝 고민했지만, 다녀오고 나니 ‘잘 갔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만큼 즐길 것도 많았고, 볼 것도 풍성했다.
● 보성 다향대축제는 뭘까?
보성 하면 뭐가 떠오르나? 대부분 ‘녹차밭’을 제일 먼저 떠올릴 거다. 그 풍경은 사진으로만 봐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인데, 이 축제는 바로 그 녹차의 고장 보성에서 매년 열리는 행사다. 녹차를 주제로 온갖 체험이 펼쳐지고, 축제 분위기도 살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축제처럼 북적거리긴 하지만, 이상하게 보성은 사람이 많아도 여유가 느껴졌다. 아마 초록빛 덕분일까?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차향이 코끝에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 아이랑 함께, 유아동반여행으로 딱이었던 이유
처음엔 조금 걱정도 있었다. 6살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게 어디 쉬운가. 낯선 장소, 긴 이동 거리, 밥 문제, 낮잠 문제까지. 근데 의외로 축제장이 꽤 괜찮았다. 동선이 넓고 유모차도 편하게 다녔다.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군데군데 포토존도 있었고, 아이들 체험 부스도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차잎 따기 체험’. 작은 손으로 한 잎씩 따면서 “엄마, 이거 먹는 거야?” 묻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을 텐데도 집중하는 걸 보니, ‘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체험 끝나고 받은 어린이 도장카드도 소중하게 가방에 꼭 넣어두더라.
●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맛집 탐방
놀았으면 먹어야지! 우리 가족은 ‘녹차가든’이라는 이름의 맛집에서 식사했는데, 여긴 솔직히 다시 보성 오면 또 갈 거다. 뭘 시켜도 맛있었지만, ‘녹차떡갈비’는 꼭 먹어야 한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아이도 잘 먹었다. 녹차의 씁쓸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더 담백했다.
남편은 녹차막걸리에 반했다. 원래 술 안 좋아하는데, 향이 은은해서 부담 없다고. 난 입가심용으로 나온 녹차 아이스크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드럽고 달콤한데 입안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맛이랄까. 축제장에서 먹는 음식도 좋지만, 이렇게 현지 맛집 하나쯤은 꼭 들러줘야 여행이 완성되는 기분이다.
● 대한다원, 눈이 맑아지는 볼거리
보성의 대한다원은 사진으로 백 번 보는 것보다, 직접 가보는 게 백배 낫다. 실제로 보면 말문이 막힌다. 끝도 없이 펼쳐진 차밭이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지는데, 그 풍경이 너무 평화로워서 가만히 있어도 힐링이 된다.
올해는 특히 야간 개장을 해서 밤에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조명이 켜진 차밭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사실 아이 때문에 밤 시간엔 길게 못 있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이건 진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생사진도 몇 장 건졌고.
볼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통놀이 체험존도 있었는데, 딸이 제기차기 처음 해보더니 꽤 잘해서 깜짝 놀랐다. 공방에서 찻잔 빚는 체험도 있었는데, 아이 손으로 만든 찻잔을 보면서 집에 와서도 한참을 웃었다.
● 보성 다향대축제 100% 즐기는 팁
내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팁을 정리해봤다:
- 오전 일찍 도착하자. 주차 스트레스가 적고, 차밭도 햇살 받을 때 가장 예쁘다.
- 아기 간식 챙기기. 축제장 먹거리도 많지만, 아이들은 익숙한 간식을 더 잘 먹는다.
- 편한 신발 필수. 차밭 경사가 꽤 있으니, 운동화 신기자. 슬리퍼? 절대 비추.
- 근처 명소와 연결. 율포해수욕장도 가까워서 차밭 보고 바다도 보고 하면 완벽한 하루 코스가 된다.
● 다시 오고 싶은 축제
여행 다녀오고 며칠이 지났지만, 아이가 아직도 “녹차 마셔도 돼?” 하며 장난친다. 그만큼 이번 여행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사실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잘 놀다 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여행이지만, 이번엔 나도, 남편도 만족스러웠다.
보성 다향대축제는 단순한 관광 행사가 아니라, 쉼과 체험이 잘 어우러진 축제다. 녹차밭에서 느끼는 여유, 따뜻한 사람들, 고소한 먹거리. 뭐 하나 빠질 게 없다. 특히 유아동반여행 고민하는 가족이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 웃으며 보낸 하루였다. 아마 내년에도 우리는 다시 보성으로 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